(21-3) 지브리의 천재들 - 스즈키 도시오
어렸을적 주변에는 늘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고,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관련 비디오 테입들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어로 나오는 만화에 호감을 갖는 부모들이 없었던 터라, 친구에게 천신만고 끝에 빌려온 테이프를 당당하게 보기는 좀 어려웠다.
부모님이 안계신 시간이라 해봤자, 엄마가 장보러간 2~30분이 전부인지라 친구가 나에게 허락한 기한 내에 다보기는 여의치가 않았다. 빨리감기로 보다가 행여라도 테이프가 망가질까봐 매번 원분량의 1/3정도만 보고 돌려줘야 했다.
대학에 가서도, 우연찮게 처음으로 만난 녀석들이 만화 오타쿠들이였다. 이들을 통해서 그간 내가 보아 왔던 작품들이 미야카키 하야오 라는 사람의 작품이였고,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의 족보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 책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이며 대표이사인 스즈키 도시오가 쓴 책이다.
책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인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부터 지금까지의 주요 작품들을 만들면서 발생한 에피소드들을 수필식으로 서술하였다. 그 과정들이야 그닥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스즈키 도시오라는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 이 두명의 천재를 알아차리고, 이 둘을 통해 지금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키워내 산파와도 같은 역할을 한 다른 의미의 천재라고 해야 하나.
천재들은 대부분 주변과 쉽게 융화되지 않는다. (천재의 숙명인듯, 남들과 같으면 천재가 아니다. 특정부문의 밸런스가 깨졌기에 천재가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절대 다수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자신의 천재적 결과물들을 애써 외면하고, 의도적으로 대수롭지 않은 것을 취급 당하기도 한다.
이를 주변에서 인내하고 manage 하여, 천재로 하여금 outstanding한 업적을 이뤄내게 해주는 것도 엄청난 역량이 요구되는데, 이 역할을 해낸 것이 바로 저자가 아닌듯 싶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책은 술술 읽힌다. '아~ 이 영화는 이런 히스토리가 있었구나~' 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관심이 없다면, 그닥 흥미가 느껴질 만한 요인은 없을 것 같다.
어찌되었건, 책에 소개된 애니메이션들을 다시금 찾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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