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기술력이 없음을 한탄하며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사농공상'이라는 말이다.
조선시대때, 工을 홀대하는 문화때문에 나라가 크게 발전을 못했고, 그 기조가 지금까지 영향을 계속 미치고 있다라는, 감히 기-승-전-'사농공상' 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근데 조선시대 당시 누가 '공(工)'이 농업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 라고 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에는 1450년대에 명나라가 정화의 함대의 배를 해체하고 강남 지역의 농사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동북아시아에서 기술이 중시하는 문화는 끝이 났다고 본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시대의 요구와도 맞물리게 되는데, 장거리 항해를 금하다보니, 그에 따른 도전과 도전의 확률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의 발전. 이 모든것을 아우르는 동기 요인이 사라진 것은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15세기까지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중국, 인도와 무역하고 싶어서 안달 난 유럽 국가들은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며 유럽-아시아 육로 무역 길이 막혀버리자 해상 무역을 시도하기 시작하면서 工, 商이 발전한다.
배도 좀 튼튼하게 잘 만들어야 겠고 배 띄워서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려면 나침반 이런것도 좀 더 정확해야겠고 한번 배 띄울때 짐 좀 많이 운반해야 하니 내륙에서 좀 편하게 운반할 수있는 수단도 좀 있으면 좋겠고.. 그리고 한번 배 나갔다가 들어오면 대박, 못오면 쪽박인 만큼 투자금액을 좀 효율적으로 모아보고, 내가 투자한 돈에 대한 리스크를 좀 최소화할 방법도 좀 찾아야봤으면 좋겠고.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럽은 기술과 상업의 발전의 선순환이 이뤄졌다. 더군다나 신대륙이라는 로또도 맞았다.
지금 결과론적으로 봤을때 당시 명나라가 농업에 집중한 것이 미련한 짓이라 말할 순 있어도, 당시 상황을 고려해봤을때 지속적인 부를 창출해주는 농사를 제쳐두고 불확실하고 돈이 많이 드는 산업(해양, 기술)에 재원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가지 책에 따르면 그 당시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었다하니, 주력 산업군인 농업에 올인한 당시 명나라의 정책은 크게 과오를 범했다 할 수 없다.
사대주의. 나도 참 이 사대주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지리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아니면 국가의 세력적으로나 동북아시아의 모든 나라는 중국 왕조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가장 잘나가는 국가. 저 잘나가는 국가에 사회 지배층을 빨리 중국으로 보내서 뭔가를 배워갖고 와야지. 근데 농업에 올인하네? 역시 국가가 잘나가려면 농업을 근간으로 해서 곳간부터 잘 채워놔야해. 그러니 나라에서 중요시 해야 할것은 당연히 지배계층인 나(士), 그다음이 농업(農)이야. 공,상의 우선순위는 가나다순으로 정하든지 말던지..'
뭐 대충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IT S/W는 구글이 최고야라는 식으로 모든 벤치마킹의 대상을 중국(명)으로 삼고, 중국의 가는 길을 따르다 보면 1등 국가는 아니더라도 같은 물에서 놀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 왕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을까 싶고, 나 역시 그당시 사람이라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었을 듯 하다.
결국 '사농공상'이라는 기조는 당시 동북아 전체의 거스를수 없는 기류가 아니였을까 하는게 오늘의 결론.
덧 : 일본은 다르지 않았냐고 이야기 하면, 뭐 사실 할 말은 없다. 섬에서 지들끼리 몇백년간 쌈만 하던 나라인 만큼 abnormal한 나라로 인정하고 넘어가자. 아. 이게 또 유교탓에 대국, 사대주의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라는 말도 할 수 있지만, 어떤 책에서 보면 일본의 전국시대 이후의 안정화와 발전은 무사계급에 침투한 유교사상 덕분이라고 하니 '유교' 자체의 문제로만 보기도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술이 무슨 문제야, 술 먹고 X되는 놈이 문제. 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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