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서은국
책을 받아본 첫 느낌은 '낚였다' 였다. 200쪽내외의 분량에다가, 넉넉한 줄간격으로 인해 책 내용이 턱없이 적어 보였기에 15,000원이라는 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껴졌다. '아 그냥 그저그런 기획성 도서구나'라고 낙담과 짐작했었는데, 읽다보니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물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이다.
어떻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가 아닌, 왜 인간은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으로 부터 시작하여 진화론 측면에서 바라본 행복의 기원에 대해 중심을 잡고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나갔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을 정도로 새로운 사고를 펼쳐내주었다.
"사실은 행복 또한 생존에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책의 성격, 말 하고자 하는 내용을 함축하는 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행복하기 위해서 자꾸만 '이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 의문를 제시한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행복은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이성의 능력을 이토록 숭배하는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 중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만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보이는' 부분이 실제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행복감을 인간이 왜 느낄까? 라는 질문에 생존, 그리고 번식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라는, 생존을 위한 신호등으로써 감정의 쾌와 불쾌가 작용한 것이고 이로인해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게끔 하는 강화요인으로 행복이 작동되어 왔다는 것이다.
또한 행복은 '지속성'이라는 측면을 보유하고 있는데, 적응이라는 현상으로 행복감에 젖어서 안주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생존을 위한 유리한 활동을 지속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행복은 '한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그간 행복에 관한 심리학 서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의 내용이다. 그 밖에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지만, 인상 깊은 구절 몇가지만 더 적어보자면.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일이다. 살면서 인생을 뒤집을 만한 드라마틱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 생겨도 초기의 기쁨은 복잡한 장기적 후유증들에 의해 상쇄되어 사라진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두 가지이다. 음식, 그리고 사람.
이런 의미에서 (가족과 함께하는)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것이야 말로 가장 기본적인 행복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2/12)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0) | 2016.03.10 |
---|---|
왜 낡은 보수가 승리하는가 (0) | 2016.02.16 |
15세기 조선의 때이른 절정 (0) | 2016.02.11 |
개인주의자 선언 (0) | 2016.01.29 |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1) (0) | 2016.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