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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How Institutions Evolve) - 캐쓸린 씰렌
 
회사에서 제도 설계, 운영을 하다가 보면 주변의 많은 질문들과 비난 부터 스스로의 고민거리까지 다양한 딜레마적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왜 많은 이들이 불만을 가지는 제도가 현재까지 십수년간 유지되고 있는가?'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왜 바꾸지 못하는가?'
'이 제도는 무엇을 위한 것이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것인가'
'좋은 제도란 무엇인가, 다수가 지지하는 제도가 좋은 제도 인것인가'

어렴풋하게나마 스스로 내린 답은,
제도는 도입 당시의 상황을 가장 많이 반영한다는 것이고 명문화하여 도입된 제도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나름의 생명력을 갖고 입안자의 예측을 따르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며 확산되어간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확산'되어지기 때문에 입안자나 의사결정자의 결심에 의해 쉽사리 좌우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던차에, 이 책의 제목은 참으로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도의 '진화'라는 개념. 

그렇다. 제도는 진화하는, 진화해야 하는 것이다.
진화라는 것은 어떤 외부의 압력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도 않는다. 주변 상황에 따라 '살아남기'위해서 변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책은,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런 협소한 범위의 제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책에서 제시한 연구 사례들은 정치/경제 분야의 거시적 주제 위주 인지라 기업 운영에 적용하기 적합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책의 부제가 '독일·영국·미국·일본에서의 숙련의 정치경제'인 만큼 각 국가의 경제 시스템의 발달 과정의 특색을 비교 서술하면서 제도의 공통적인 생리와 각국의 제도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저자 관점으로 설명하기에, 책의 내용이 쉽게 이해되고 와닿는 편은 아니다. (내가 왜,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남의 나라 경제 시스템 역사를 읽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고, 완독을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심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정치/경제 제도의 역사적 기원과 변화 과정을 짚어보는 수고를 통해, 현재 우리에게 적용되고 있는 제도들이 책에서 살펴본 유사한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거시적이든 협소한 부분이든, 제도라는 존재가 지닌 변형적 특성에 대한 시각과 개념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씰렌은 제도의 존재와 형태를 그 제도가 시스템이나 집단을 위해서 수행하는 기능으로부터 설명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저자는...제도 자체가 사회, 정치, 경제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적용하면서 변형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 과거에 구축된 각국의 제도적 장치들이 어떻게 해서 실제로 지금에 도달하게 되는가...  ...거대한 외부의 충격에 직면해서 제도의 장치들이 종종 놀라울 정도로 탄력적인 것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미묘하고 점진적인 변화들이 누적되어 중요한 제도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제도들이 '안정상태'를 통해서 혹은 정지해 있으면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정치, 시장, 그리고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적인 적응과 재교섭을 통해서 생존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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