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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아시아의 힘

아시아의 힘 - 존 스터드웰


한달에 두어권 책을 읽으면서 이런말 하기 좀 민망하지만,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부끄럽지만 각주까지 밑줄쳐가며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사피엔스가 올해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였지만, 
사피엔스는 앞서 관련 서적을 읽었던 터라 새로움이 덜한 종합선물세트 판 같은 책이였다면, 이 책은 관련지식 없이 내가 그동안 모호해했던 부분을 군더더기 없이 짚어내면서 논리적으로 풀어내주는 탓에 연신 감탄을 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빈국에서 부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성공한 국가와 동남아시아의 실패 원인을 토지-제조업-금융 그리고 산업정책 측면에서 비교하여 설명을 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빈국에서 부국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토지개혁을 통한 농업부문의 생산성 향상과 안정적 수입, 그리고 이를 토대로 농업 부문의 노동력이 제조업으로의 전환, 제조업 부흥시 유치산업 정책을 유지하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절대권력의 관리역량의 조합이 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제개발 과정을 역사적이 관점에서 바라보면 3가지 요소로 성공의 비법이 간단하게 정리된다. 그 3가지 요소는 바로 가족농과 수출 중심 제조업, 그리고 이 두 부문을 뒷받침하도록 긴밀하게 통제되는 금융이다.


물론 결과론적 이야기이나,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거시적으로 주요 전환 포인트마다 운 좋게 주변여건과 산업정책이 잘 맞아떨어졌다.
6.25전쟁 이후 냉전시대로 인한 공산화의 두려움 탓에 정부와 미국이 다소 사회주의적으로  보이는 토지개혁을 추진하여 농업 생산성을 확보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고, 6~70년대 정권의 계획경제와 재벌들의 참여로 인해 성공적인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물론 이부분에 당시 정권과 재벌들에 대한 호불호가 생길 수 있다.)

냉전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은 일본, 한국, 대만의 토지개혁을 뒷받침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보호주의적인 유치산업정책을 용인한 이상적이고 책임감 있는 성인이었다. 그릐고 1980년대 들어서 미국은 그들에게 신세 지는 일을 그만두라는 상당히 합리적인 지적을 했다. 반면에 동남아시아에서는 토지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뒤이어 1인당 GDP가 기껏 수천 달러에 불과한 나라들에게 산업 및 금융 부문에서 부적절한 부국식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냉전 종식과 함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냉전시대, 공산주의와의 대척점에서 여러가지 많은 폐해가 있었겠지만 경제부문에서는 어찌보면 혜택을 입지 않았나 싶다. 자칫 우리나라(동북아시아 중 어느곳이 될수도 있다)가 공산화 될수 있다는, 해서 공산주의의 우월성의 선전효과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자본주의 거센 본성을 잠시 억누른 것이 현재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것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공산주의의 몰락이 작금의 과다한 자본주의의 자신감, 신자유주의 시대를 불러온것인지도)


사족으로,
책을 보면서 인도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책 중반에 저자의 인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나온다

기술적 진보는 경제성장의 각장 핵심적인 속성이다. 신흥국에서 수많은 세대에 걸치지 않고 가속화된 경제개발의 일환으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려면 국가가 조율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상당히 과시된 IT 서비스 부문을 지닌 인도가 제조업 주도 개발의 대안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인포시스와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같은 기업들은 세계를 주름잡는다. 그러나 12억 인구 중에서 300만명, 노동인구의 격우 1%만 IT 부문에서 일한다.

방갈로르의 전문 IT기업이나 뭄바이의 금융서비스 기업이 인도를 일본, 한국, 대만, 중국에서 나온 개발 성공담으로 이끌 가능성은 없다. 비슷한 기간에 걸쳐 이런 변화가 일어날 인은 없으며, 인도 경제개발을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의 경제개발에 빗대는 것은 어리석다.

인도의 7 Unicorn company(OLA, Snapdeal, Zomato,Flipkart 등)들이 IT 부문에서 기술적 진보를 이루면서 제조업에 의한 발전모델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발생했는데, 저자는 제조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근거로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서비스업 부문은 사람과 인적기술 개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이 제조업보다 본질적으로 느릴 수 밖에 없다.  대다수 서비스는 상품이나 사람이 양방향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늘린다.  서비스업 부문에 치우친 개발정책을 추구하는 모든 국가는 제조업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국가보다 더 높은 수출 장벽에 부딪힌다.
제조업은 교역에 용이하며, 교역은 빠른 경제개발에 필수적이다. 빈국은 교역을 통해 선직국으로부터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고 신기술을 습득한다.

인도의 경제개발을 바라보는 다른 방식은 제조업 부문 무역적자가 GDP의 약 5%인 반면 인도가 자랑하는 서비스 부문이 창출하는 흑자는 1% 미만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는 것이다. 서비스 부문은 제조 부문이 이도가 처한 개발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을 보완할 수 없다.

그것도 파급효과가 큰 제조 부문에서의 기술적 진보가 발생되어져야 하는데 현재 인도는 기술적 진보를 유인할 동인 자체가 부족하다.  국민의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풍부한 노동력이 제조업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풍부한 노동력은 기술적 진보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정치권으로 하여금 실업을 초래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도입을 망설이게 하고 있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인도 정부도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Make In India'를 외치고 있으나, 가시적인 진척도를 보여주는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