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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04]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 - 로저 크롤러

 

콘스탄티노플.  현 지역명은 이스탄불, 터키의 도시 이다. (여지껏 이스탄불이 터키의 수도인 줄 알고 있었는데,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다)

지리적 요인이 민족적, 종교적 특질을 정의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2Km도 채 안 되는 좁은 해협-보스포로서 해협-을 두고 카톨릭/기독교 기반의 서구 세계와 이슬람 세력이 15세기 전후까지 오랜 기간동안 최전선으로 대치하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에서 나왔던 로마제국, 서로마, 동로마, 비잔티움제국, 신성로마 제국이 나올때 마다 이해를 못하곤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각 제국이 발생한 시계열적 순서는 이해가 되었다.  각 제국의 명칭이 뜻하는 바도.

 

콘스탄티노플,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이자 제국의 전부. 이슬람 세계에 대한 기독교 세계의 첨병과도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15세기까지 양대 세계를 구분했던 보스포러스 해협의 서쪽 요새.  콘스탄티노플의 운명이 갈린 1453년 이전, 갈리아 평원 지역 정세의 혼란으로 서로마 제국은 와해된지 오래이고 동로마 제국은 버려지다 못해 거의 고립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콘스탄티노플을 제외한 전 사방이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다.

콘스탄티노플은 보스포러스 해협 이라는 천혜의 지형과 철벽과도 같은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으로 인해 요새와 다를바 없는 방어막을 갖추고 있었으나 떨어지는 국운을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선진화된 군사력과 강력한 지도자를 보유한 이슬람 세력에게 도시를, 제국을 내어주게 되고 말았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세력을 갈라 놓았던 전략적 요충지였던 보스포러스 해협은 현재 3개의 현수교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해양의 폭이 좁다.  높은 건축물에서 보면 상대방 해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라 한다.

1452년, 보스포러스 해협 동안에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하기 위해 설치한 루멜리히사르 요새는 당시 오스만 제국의 술탄인 메호메트 2세의 강력한 실행력으로 4개월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본인들의 목을 옭아멜 요새들이 자기들의 도시 주변에 축성되는 모습을 보며 콘스탄티노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도를 보면 볼수록 참으로 절묘한 지역이다. 보스포러스 해협부터, 그 아래 다르다넬스 해협까지. 
지중해와 흑해를 이어주는 동유럽 세계와 서유럽 및 지중해의 아프리카 연안까지 연결해주는 강처럼 폭이 좁은 바다.

15세기까지 오랜 기간동안 양대 종교/문화 세력이 이 해협을 선을 기준 삼아 자기 세력의 영향력을 확대, 축소 하였다.  이곳의 지정학적 가치는 15세기 뿐만 아니라 현대에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해협을 봉쇄하는 순간 대서양 부터 지중해 까지 흘러들어오는 흐름은 에게해에서 막히게 되며, 흑해는 그저 커다란 연못과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된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성안에서 농성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반지의 제왕 : 왕의귀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등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장면은 대체로 비슷하다.

 

.........성벽(방어막)을 둘러싼 엄청난 규모의 적들.  이들은 잔혹하며, 살육에 거리낌이 없으며, 기괴하고 문명과는 거리가 먼 야만스런 모습으로 묘사 되고, 성벽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약자, 신념을 지키는 자,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전쟁이 시작되고, 성벽은 숫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무너지며 전쟁은 그야말로 난전과 사투로 이어진다.  극악한 적들에 의해 희망이라는 것이 사라지는 최후의 순간, 외부의 조력을 이끌어낸 우리편이 적들을 쓸어버린다......

 

반복되어 사용되어지는 이런 장면의 모티브를 아마도 이 콘스탄티노플 함락에서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다.  사방을 에워싼 이슬람(오스만)인들, 믿을 구석이라고는 지형지물과 성벽으로 요새화 되어있는 도시, 버티는 것이 최선인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외부(서로마 및 기독교 세력)의 지원.

1453년 봄, 콘스탄티노플의 희망은 결코 이뤄지지 않았고, 절망에 둘러쌓인 채 함락되어 버린 기억에 대한 기독교 세력의 트라우마 탓에 저런 장면을 무한 생산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기독교 세력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그날의 상황이 영화에서 묘사한 장면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이 책을 보며 반지의 제왕 3편의 장면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슬람인 입장에서 보면, 메호메트 2세는 실로 능력있고 위대한 군주이다.

특히나, 전쟁의 승리 요인이 성벽을 파괴하는 것임을 파악하고, 이를 위해 대포 기술에 집중하는 결단력.  병참 흐름을 파악하여 보스포로스 해협에 요새를 건설하여 해상권을 장악하는 실행력. 크리소케라스만(Golden Horn)에 진입하고자 반대쪽 해안의 함선을 갈라타 고원을 넘어가는 육로를 통해서 이동시키는 전략가적인 모습까지 

메호메트 2세는 장기적인 안목, 안목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 사항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전략과 실행력 뿐만 아니라 당시 국제적 관계를 잘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하는 외교력까지 겸비한 군주였던 것이다.

반면, 콘스탄티노플은 그야말로 국제적 정세와 시시각각 조여오는 위협들을 인지하지도, 내부 역량을 결집하지도 못하며 (본인들의 목숨보다) 중요치 않은 이슈로 사분오열되는 그야말로 망해가는 나라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메호메트2세가 대포 기술에 집착한 사유를 짐작한 문장이 나오는데,

오스만인들에게 공성포는 특히 부족의 영혼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것에 대한 응답인 듯했다. 그것은 방어벽을 친 정착지에 대한 그들의 뿌리 깊은 반감을 자극했다. 초원 지대 유목민의 후손들은 탁 트인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는 줄곧 우위를 차지해 왔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정착민들의 도시 성벽을 만나면 군사 운용을 하기가 어려워 진다. 대포는 질질 끄는 포위전의 위험성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목민이 주를 이루던 오스만인들은 그들보다 유약한 정착민들을 언제든지 침략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으나, 정착민들이 성벽을 만들면서 부터 그들의 우위가 약화되었고, 어쩌면 이것이 유목민들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을까. 절치부심 이를 타계하기 위해 찾아낸 것이 대포 였는데, 현존하는 대포로는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메호메트 2세는 그저 전투 병력의 수적 우위로만 전쟁을 하는 인물이 아니였고, 자신의 군대가 지닌 약점을 극복하고자 기술의 힘(대포)에 관심을 가졌다. 외부 기술자(헝가리인)를 고용하여 초대형 대포를 주조케 하여 이를 (완벽까지는 아니지만) 전쟁에 투입하였고, 승리의 핵심적 역할을 완수케 하였다.

 

이 책은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 벌어지는 사건들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단지 비잔티움 제국과 오스만 제국간의 전투만이 아닌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도 묘사되고 있다.  흡사 삼국지를 보듯 주변국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하는 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들까지.  책을 보는 내내 역사적 결과를 떠나서 콘스탄티노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봤지만, 당시의 국력과 기술력 그리고 주변 정세를 봤을때 오스만 제국이 좀 더 우수한 국가였던 것으로 보이며 15세기 동안 지켜온 콘스탄티노플의 멸망은 어쩌면 그들 스스로 불러온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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