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인크레더블 그리고 꽤 옛날 미드인 히어로즈에서 길을 잃은.
최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무빙을 보고 있는데...
재미있게 보고는 있지만, 왠지 연출과 스토리 라인이 소재를 낭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초능력의 특성으로 보면 엑스맨이,
능력의 유전화, 능력자 가족이라는 소재는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시리즈물이라는 특성과 각각의 능력자들의 에피소드가 연결되고 어우러져서 시리즈 스토리 전체를 끌고가는 힘을 만들어내는 측면에서는 미드 히어로즈와 각각 닮아있지만
작가가 장치해 놓은 시대적 배경이나 주변 인물들이 구성하는 정서들은 꽤나 식상하고 올드하며, 연출은 감각적인건 고사하고 평이함을 넘어 밍밍하다.
엑스맨에서는, 초능력자들은 소수자를 대변한다는 은유가 있었다면
무빙의 초능력자들의 삶은 왠지 운동권 인물들이 지니는 삶의 고단함을 대변하는 듯 느껴진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가권력에 의한 희생, 그것도 뻔한 클리셰 범벅으로... 좀 멋들어진 연출을 할 생각은 없는 건지...)
각 에피소드가,
캐릭터들의 내러티브를 부여하는데 힘을 쏟으며 개연성을 쌓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듯 보이지만 전개가 쳐지는 감이 있고 거기에다가 전반적으로 차지하는 극의 정서가 다소 식상하고 천편일률적이라고나 할까.
악당의 캐릭터 형성의 배경에 대한 내러티브는 없고 선한 캐릭터에만 존재하는 가족애, 거대 국가 권력의 일방적 힘에 의한 개인 희생이라는 클리세들의 반복. 선악 캐릭터의 구도가 너무나 명확한 이분법으로 그려진다.(악당은 왜 악당인지, 주인공들은 왜 선한지가 없다. 최소 인크레더블에서도 최종 보스가 왜 악당이 되었는지 라는 장면이 있는데..)
가족애를 부각 시키려는 것인지, 악당(=권력)에 희생 당하는 개인 삶의 고단함을 강조하고 싶은 건지, 그런 희생적 상황을 겪어냈지만 알리지 않고 묵묵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알리고 대견하다고 칭찬하고 싶은 건지... 초능력자라는 소재의 특성을 스토리로 펼쳐나가지도, 선명한 메세지를 드라마 서사속에 담아내지도 못한듯 내게 느껴졌다.
2023년도에 굳이 안기부와 청계천 철거, 북한을 넣어야 했을까.. 좋은 배우들과 소재 탓에 느껴지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무빙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었다면, 오징어게임 급의 파급력과 화제성이 있을거라는 기사를 봤는데 그 정도는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일 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오면 꼬박꼬박 찾아보고 있는 중.
재미는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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