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국화의 음악을 들은 것은 아마 국민하교 6학년때였던것 같다.
당시에 좀 노는 친구들은 공테이프에 자기들의 애장곡들을 녹음해서 친구들한테 선심쓰듯 나눠주곤 했는데, 그런 친구가 내 친구 중에 한명 있었다. 누군지는 지금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그 친구가 이선희 노래들을 잔뜩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로 줬는데, 당시 가수들 앨범에 당연히 들어가던 '건전가요' 스럽게, 들국화의 노래가 들어가 있었다.
세계로 가는 기차.
도입부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촌스럽다. 제목이 기차라고, 기차 소리라니....
촌스런 도입부에도 불구하고, 되게 인상이 깊었고 계속 입가에 맴돌았다.
아마 그때 이 곡은 들국화의 노래라기 보다는 최성원의 노래로 기억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야 최성원이 들국화 멤버였고, 이 노래가 들국화 앨범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찾아보니, 들국화 1집 앨범이 85년도에 나왔었다.
당시에 이곡을 들은 세대들은 뭐랄까, 거의 내 학창시절 서태지를 접한 느낌이였다고 해야 하나? 60년대말 70년대 초반 세대들은 들국화라는 밴드애 댜헌 번웅이 거의 아이돌 급인듯 하다. 사촌형들이 딱 저 세대인데, 명절에 사촌형들 방에 가면, 들국화 앨범 자켓을 봤던 기억이 난다.
어찌되었건, 국민학교 6학년때 첨 들국화의 곡을 접하고 그 이후 굳이 찾아 듣지는 않았다.. 전인권의 이슈탓인지 당시 세태 탓인지 내 기호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앨범을 찾아 듣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명반이라 소문난 앨범은 결국 한번쯤은 듣게되기 마련인지, 우연찮게 전 앨범을 다 듣게 되었는데, '과연 이게 80년대에 나온 곡이란 말인가?', '전인권 아저씨가 목 관리를 좀더 잘 해줬더라면', '1집에 쏟아부은 재능을 오랜기간에 걸쳐 나눠서 발현했더라면' 우리나라도 전설적이고 후배들한테 존경받는 록밴드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들국화 1집 앨범은 음악적으로 구성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곡들이 내재한 정서만으로도 명반이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이런 천재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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