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Why Nations Fail-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우리가 국가라는 체제하에서 살면서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할 체제는 무엇일까?
말그대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각자가 중시하는 바가 세상의 전부인양 주장하는 세상에서 국가는 어떠한 것에 중점을 두고 무수히 많은 이견들을 조율해야 할까.
누구나가 선진화된 국가에서 살고 싶어한다. 살고 싶은 국가의 사유는 각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살고 싶지 않은 국가의 특성은 공통될 것이다. 대부분이 유럽, 북아메리카 지역이 우선순위에 있을것이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이 후순위일것이다.
국가별 빈부의 차이는 어떻게, 왜 발생하는 것일까? 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근대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 산업혁명은 왜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아닌 유럽에서 시발되었을까?
저자는 6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의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명료하고 간단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포용적인 경제제도와 포용적 정치제도, 그리고 상호간의 선순환적 효과
왜 포용적인 경제·정치제도가 국가의 번영에 가장 중요한 것인가?
"나라마다 경제적 성패가 갈리는 이유는 제도와 경제영향에 주는 규칙,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용적'의 대칭점에 있는 것이 '착취적'제도라 정의했다. 착취적 정치 제도 하에서도 경제성장은 이뤄지나, 착취하는 지배계층에게 필요한 만큼만 발전하며, 착취적 제도는 지배계층의 무지와 실수로 인해 벗어날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도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기술한다.
"사유 재산권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시민의 경제적 권리가 정치적 권리와 더불어 움츠러들면서 경제성장 역시 퇴보하고 말았다"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 성격상 착취적 제도는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기술적 진보 역시 기껏해야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착취적 제도를 통한 성장은 단명하고 만다."
처음 책제목을 봤을때는 아나키스트류의 개인주의적인 그리고 이상주의자가 쓴 책이겠거니 했다.
그럴정도로 제목이 강렬했다.
원문인 Why Nations Fail은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데, 그랬다면 아마 책이 덜 팔렸을수도...
어찌되었건 이 책을 읽게된 것은 너무나 다행일 정도로 좋은 책이다.
나는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면, 표면에서 드러나는 이유가 아닌 근본적인 배경과 원인이 뭘까 궁금해 하는 편인데(콩심은데 콩난다고 믿지 않는다. 어느 토양에 심었느냐가 중요하다. 콩을 심은 이 토양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성분일까... 뭐 이런),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책. 거기다가 저자의 문장력이 압권이다. 한장 한장 밑줄을 긋지 않고 넘어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저자의 인사이트와 문장력이 훌륭하다. 정말 주변에 이 책을 꼭 읽어보라 적극 권장하고 싶은 책.
아마도 저자의 결론은 다음 문구로 정리하는 듯하다
"오늘날 국가가 실패하는 원인은 착취적 경제제도가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마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착취적 정치제도는 착취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해준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는 국가가 실패하는 근본 원인일 수밖에 없다."
"포용적 정치제도 덕분에 포용적 경제제도가 마련되면 소득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고 힘을 얻는 사회계층이 한층 더 넓어지며 정치면에서도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치권력을 찬탈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낮아지고, 착취적 정치제도를 재창출할 동기 역시 약화시킨다."
"시장을 그냥 내버려 두면 포용적 색채를 잃고 갈수록 정치·경제적으로 힘이 있는 개인과 기업의 손에 휘둘릴 수 있다. 포용적 경제제도가 뿌리내리려면 단순히 시장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공평한 경쟁 환경과 대다수 참여자에게 경제적 기회를 조성해주는 포용적 시장이 필요하다.
선순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꽃필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며, 포용적 정치제도는 포용적 경제제도에서 일탈하려는 움직임을 억제한다"
마지막에 저자는 중국의 사례를 들며 착취적 정치제도가 수용하게된 단계를 언급한다.
피지배 계층은 포용적 제도를 원하지만 지배계층은 착취적 제도를 추구하며 그 과정은 집요하기 그지 없다. 지배계층에게 착취적 제도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런 제도로 인한 과실은 오직 그들만의 것이 될테고, 그 과실의 크기는 크건 작건 그들에게는 충분할테니까.
참으로 인상깊게 읽었는데 막상 내용 정리를 하려다 보니 메세지는 명료하나, 인용할만한 문장이 너무나 많고 감상 또한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난 것 마냥 심장이 두근거려 정리를 차일피일 미뤘었는데(물론 개인적인 게으름이 크다) 어찌되건 맺음을 하고 가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하다. 남기고 싶은 인용구절들을 정하느라 책을 다시 들쳐보았는데, 이 또한 읽을 당시의 두근거림을 다시한번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의 분량이 꽤 되고, 앞서 말했듯 메세지는 명료해서 매 chapter마다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는 점을 굳이 단점이라 꼽으라 하면 단점이라 이야기 하겠지만, 반복되는 사례들이 저자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라는 나무의 나이테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를 하나 하나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와 사고 체계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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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과학적인, 글로벌 경제사 같은 책들을 읽으면 딱히 정의할 수 없지만 공통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사고의 맥락이 연결되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아하! 그렇구나. 하는...)
이게 미국 저자들의 공통된 시각인건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책들 중에 맥락을 같이하는 책들을 적어보면..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왜 유럽인가 - 사피엔스 - 아시아의 힘 -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세계사 - 일본인 이야기 1(읽는 중)』
('18년 末 또는 '19년 初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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