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대통령의 글쓰기

James & GH's Dad 2016. 11. 9. 17:48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요즈음의 뉴스를 접하다가 문득 대통령의 연설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우발적으로 구매해서 후다닥 보게 된 책.  저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연설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사람으로, 단순 연설문을 쓰는 방법에 대한 내용 보다는 본인이 근무하며 경험한 대통령 연설문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두 대통령의 연설문 스타일에 대한 설명을 담아내었다.

종종 회사서 사장님 강평이라든지, XX관련 메세지를 써 본 적이 있던지라 흥미있게 읽었다.  그닥 대통령들의 국정연설이라든지 경축사 등을 주의깊게 듣지 않았던지라 연설문이라는게 이토록 치열하게 준비하여 나오는 것이라는 짐작조차 못했는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싯구가 절로 생각날 정도로 엄청난 준비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였다.

물론 저자가 언급했듯 두 대통령이 모두 훌륭한 문필가이며 연설가였고, 연설문을 중요한 소통 도구의 툴로 여겼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 수 도 있겠지만, 체로 국정에서 연설문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감안했을때 이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은-정도의 차이가 다소 있을지라도-매번 동일한 크기를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통해 내 경험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속으로 뜨끔했던 부분은 연설문을 쓰는 사람은 연설하는 사람의 글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였다. 여지껏 많지 않은 강평과 사내 메세지를 작성하면서 내가 하고픈 말을 사장님을 통해서 하려 했었는데..  그래서 그때 그토록 많은 수정이 있었나 보다.

두 대통령들의 연설문 전문 같은것을 이책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부분적으로 인용한 것을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필력은 정말 대단한것 같다. 깔끔한 논리적 전개 뿐만 아니라 표현력까지. 책 속에서 같이 제시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문장도 깔끔하기 그지 없지만 노 대통령의 글은 심심하고 툭툭 끊어지되 고소한 면발의 평양냉면 같다면, 김 대통령의 글은 깔끔한 냉면 고유의 맛에 쫄깃한 면발이 입맛을 더하는 함흥냉면 같다고 해야하나. 
연설문은 메세지를 효율적으로 이해시키고 발표자의 진실성을 전달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는 만큼 문학적으로 현란한 수사나 명문장이 아니더라도 목적에 충실한 문장만으로도 공감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김대중 대통령의 글들은 그 수준을 뛰어넘는것 같다

종종 그런 연설문이 뭐가 중요하냐, 실제 액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나 역시 여지껏 대통령의 각종 연설을 시작부터 끝까지 시청하지도, 하다못해 전문이라도 챙겨서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 책으로 보고나니 매 중요한 연설문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다시 인터넷 서점을 보니 이 책의 인기가 다시금 올라가고 있어서(아마도 대게는 나와 같은 이유에서 일거다.), 이 책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기가 좀 주저스러웠는데, 요즈음의 분위기와 무관하게 좋은 책이였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은 문장들.


"우리는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 김대중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