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 GH's Dad 2015. 5. 22. 11:59

언젠가 부터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렸을적 글짓기라면 진저리를 치고, 도대체 글짓기라는 숙제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독후감이라는것은 책 내용을 요약하고 원고지 마지막 페이지에 '참 아름다운 내용'이였다라는 감상평 쓰는것 말고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나이를 좀 들고 나서는 글을 좀 잘 쓰고 싶은 욕구가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발단은 회사일이 아니였을까 싶다. 신문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광고 카피 문구를 뽑아내는 일을 하는것도 아닌  단순 계획 보고서를 씀에도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빨간펜을 들고 쫑코를 주는 직장상사가 계셨다. 
그 당시, 나는 문장은 단순 보조재이고 중요한것은 숫자와 실행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매번 그의 지적과 못난 문장을 나에 대한 평가와 동일시 하는 듯한 눈초리가 못내 못마땅했었고, 납득할 수 없지만 회사서 살아남기 위해서 순순히 온통 빨갛게 변해버린 보고서를 코멘트 대로 따라서 고치는 대서소 직원처럼 일을 했었다.

한 동안 그렇게 글의 중요함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고, 단지 글쓰는 기교가 부족할 뿐이라고 오기를 부리다가 왜인지 모르게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그전까지는 신문은 온라인으로 볼뿐이였다.)  꾸역꾸역 읽어대던 정치 관련된 논설들은 관심도 적었고 흥미도 못 느꼈지만, 산문 형태로 나오는 일사일언 같은 짧은 글들은 참 흥미로왔다. 간간히 일부 표현들에 대해 무릎을 탁 치며 신선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고, 문장의 구조란걸 어렴풋이 분간할 수 있었다.

신문을 보면서 좋은 글, 좋은 문장에 대한 까막눈의 트여가면서, 보고서 상의 문장 하나, 단어하나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좀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닌 정제된 단어로 모든것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가 말하고픈 바를 간결하게, 구조적으로, 적확한 용어를 써서 표현하는 것일 게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 본것, 느낌들을 구체화해서 표현해 낸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롭고, 멋진 일인가.

여전히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솔직히, 무언가를 글로 풀어낸다는것은 내게는 아직도 어렵다.
  
때론 내가 말하고 싶은바를 명확히 알지 못한채로 글을 쓰고, 너무 많은것을 담으려 욕심을 부리고, 때로는 잘난체 하기 위한 표현을 우겨넣는 바람에 글이 엉망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무언가를 쓸것이다.  계속 쓰다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과 함께 어쩌다 운 좋게 잘 뽑힌 글이 주는 나만의 만족감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