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15세기 조선의 때이른 절정

James & GH's Dad 2016. 2. 11. 20:37

15세기 조선의 때이른 절정 - 강문식 외, 민음사


15세기가 서양에서 대항해 시대로 나아가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였기에, 이런 거대한 세계사적 시기에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떤 배경으로 현재를 이루게 하는 발걸음을 그 당시 내딛었는지 보고싶어서 구매한 책.  컬러풀하고 다양한 삽화와 당시 조선시대와 주요 세계사적 사건들을 비교해서 보여준 점은 이책이 주는 강점인듯 하다

1433년(세종15) 중국의 전설적 해상 영웅 정화의 대항해가 막을 내렸다. 영락제의 환관이던 정화는 1405년 부터 일곱차레에 걸쳐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누비며 제국의 힘을 과시하고 30여 나라의 조공을 받았다.
(정화의 함대는 62척의 대형 함선과 100척 가량의소형선으로 이루어졌고, 총 2만 7800명이 탑승했다.)
이러한 대원정은 명의 재정에 큰 압박을 가했고 이에 따른 논란이 조정에서 끊기지 않았다. 결국 명은 대항해를 중단하고 해금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실시하여 무역의 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농업의 생산을 증대하는데 주력했다.

1453년(단종1) 오스만 튀르크가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했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중국에서 들여온 화약이 탑재된 초대형 대포였다.

1492년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에 도달하고, 1498년 바스쿠 다가마는 새 인도 항로를 개척했다. 바다에서 시작한 15세기가 바다에서 끝나며 새 시대를 열고 있었다

책 초반에 정리된 일련의 세계사적 주요 사건들이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을,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던 조선의 나아갈 방향을 정해져 버리게 된 것이다.

중국(명)은 뛰어난 과학력과 해양 선박술을 갖고도 몽골의 침입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해양에 대한 투자를 중단 하였다. 이럴 수 있는 계기는 강남 지역의 넓은 곡창지대에 기반한, 무한한 대지의 농업을 통해 해양 무역을 대체할 수 있는 자신감이 밑받침 되었다고 볼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서 타 국가와의 해양 무역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당시 중국이 해양 교역을 통해 이익을 볼수 있는 지

리적 이점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수 없었던 우리나라 역시 자연스레 농업 중심의, 대외적 교류보다는 내치 중심의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고, 때마침 왕조가 교체 되는 새로운 국가가 설립되었기에 국가의 기틀을 잡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서양은 당시까지 동방(중국/인도)를 통해 필요한 물건들을 얻고 교역을 통한 이익을 발생시켜왔으나 콘스탄티노플이 1453년 이교도(무슬림)에 의해 동방과의 육로 교역이 막히게 되자 생존을 위해 대서양을 통한 진출을 시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신대륙의 발견 및 인도와의 해양 교역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신대륙을 통한 무역의 확대, 문명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속화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서양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453년 일어난 계유정난과 그 이후의 역사는 여러 생각을 던져둔다.
모든 변화는 일단 처음에는 낯설다. 그것이 익숙해지려면 길든 짧든 일정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대한 변화일수록 그 시간은 대체로 오래 걸린다. 전근대의 왕정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당연히 왕조의 교체였다. 중국사에 견주면 한국사에서 왕조 교체는 매우 드물게 일어났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의 궁극적인 완결은 하나의 제도로 성립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것은 법률로 규정된다는 의미다. 대체로 어떤 변화는 현실적 필요에서 시작된 뒤 공감괴 지지를 얻으면서 그 영향력과 입지를 넓힌다. 그러나 그것이 법제화 되지 않는다면, 그 변화는 끝내 미완에 그치게 된다. 법률로 규정될 때 비로서 그 변화는 도덕적 당위를 넘어 현실적 강제력을 획득한다.
15세기 후반은 정치적 갈등을 수습하고 체제의 완성을 나아가는 역정이였다.

사실 드라마 등을 통해 태조, 태종, 세종, 세조의 이야기는 많이 나온 편이라, 굳이 책을 찾아보지 않더라도-허구가 약간씩 포함 되었을지언정-이들이 왕이 된 과정이나 치적들은 간접적으로 접해서 알고 있었는데, 성종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되었다.  찬탈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세조의 아들인 예종이 18세의 나이로 재위 14개월만에 붕어하자 이례적으로 왕위와 무관한 위치에 있다가 왕위에 오르게 되었고, 한동안 수렴청정하에 국정을 운영하였다. 특이한 점은 친정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세조의 왕위 찬탈시 기여한 대신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약화 시키면서, 세조때 만들어진 경국대전을 활용하여, 삼사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중앙정치의 구도를 국왕이 상위에 군림한 상태에서 대신과 삼사가 견제와 균형, 긴장과 갈등을 형성하는 변화를 이뤄내었는 점이다. 사실 사극에서는 성종의 치적 보다는 한명회로 대표되는 권력 갈등이 더 많이 다뤄지곤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중앙정치에 있어서는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3권 분립에 대한 개념을 도입하고 적용한 그야말로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히 과업을 성취해낸 훌륭한 왕이 아닌가 싶다.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