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위험한 일본책

James & GH's Dad 2024. 6. 17. 15:09

위험한 일본책 - 박훈

지난 연휴와 이번 주말간 읽은 책.

그의 전작인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통해 새로운 관점과 균형잡힌 표현이 인상깊어서 저자명만 보고 사내도서관에서 바로 빌려왔다.

이번 책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로움을 기대하기 보다는
학술서가 아닌 에세이 방식의 가벼운 글이였기에
가볍게 술술 읽혀진다는 점이 좋았다.

신변잡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본인의 감상 위주의 글들이였지만
그럼에도 인상 깊었던 문장들이 있었는데
이는 어쩌면 내 마음속에 묻혀있던 생각들에 동조되며, (나는 하지 못한)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해 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세상에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나 좋은 것은 없다.
절대적 가치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 민족주의는 영원한 진리도, 절대적 선도 아닌, 많은 얼굴을 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허공에 휘두르는 주먹이 아니라 뼈 때리는 비판이 되어야 한다.

(p74) 그런데 질서 있는 변혁은 자칫 구체제와 타협하거나 철저한 개혁 앞에서 주춤거리기 쉽다.
이걸 돌파하는 관건은 기성체제의 일부였던 변혁 주체가 얼마만큼 자기부정과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
메이지유신은 사무라이의 신분적 자살이며, 사무라이를 배신한 사무라이 정권이었다.

(p75) 586 그들은 당연히 기성 체제의 핵심이다. 그것도 장기간 그러했다.
영화<1987>에 대한 586들의 나르시시즘적 반응은 자기도취다.
586세대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오랫동안 누리고 있다는 것을 칼바람 맞듯,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혁신, 자기연마 해야 한다. 역사는 아직 586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586에게는 유신의 길밖에 없다. 만약 우리 사회에 정말 혁명이 일어난다면, 그들이 대상이 될 것이므로.

(p79) 국제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이 아닌 이상, 어떤 나라도 그에 주파수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섣불리 '민족자주' 운운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길을 가지 않으면, 혹은 그 길을 찾아낼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민족자주는 공염불이다.

(p168) 1920년대 세계 5강을 구가하며 잘나가던 이본이 1930년대 이후 흉악한 몰골이 된 것은 이와 같은 일들 때문이다.
과대망상. 이게 제국일본을 무너뜨렸다.
사회의 어떤 부분에 성역을 두고 그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봉쇄하기, 큰 목소리로 논리와 팩트를 깔아뭉개기,
자기 역사와 사회를 무조건 찬양하기,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면
그 사회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계해야 한다.
... 역사를 논할 때 입으로는 논리와 팩트를 말하지만, 사실은 연금술을 부리려는 사람들을 가려내야 한다.  
....예술이나 신앙에서는 연금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는 아니다.
역사는 과거의 현실에 맞닥뜨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그걸 대하는 우리의 역사 인식은 현재와 미래의 현실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