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베조노믹스
베조노믹스 - 브라이언 두메인
플라이휠이란 단 한 번의 행위 혹은 의사 결정이 아니라, 일관된 개념을 가지고 훌륭한 의사 결정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흘러 이런 의사 결정이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아마존에 모멘텀이 되었다.
내가 아마존을 처음 사용해 본것은 인도에서 였다.
뭔가 소소한 생필품들을 사야 겠는데, 인도 소매상점을 방문하기에는 품질과 금액등을 신뢰할 수가 없었기에 싫었고 그 외 인도내 온라인 마켓들 역시 당시에는 배송에 대한 문제가 있던 시기였다. 그러던 와중에 선택한 것이 바로 아마존이였다. 아마존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한번 시도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었다. 제대로 배송이 될까 하는 우려와 달리 첫 주문물품은 성공적으로 배송이 되었고, 그 이후에도 나는 줄곧 아마존을 통해 필요물품을 구입하곤 했다. (킨들을 포함한)아마존을 사용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고객의 불편함을 바로 해소시켜 준다는 것이였다. 한번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가입한지 줄 모르고, 한달여가 지나서 취소 요청 메일을 썼는데 바로 취소를 해 준 것이다. 한번의 컴플레인 메일에 추가적인 절차 확인 등 없이 해결이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아마존에 대한 특이한 인상으로 남았고, 한국 복귀 이후 아마존에 대한 경험은 단절되었다.
이게 내가 가진 아마존에 대한 인상의 전부다. 그저 Amazon Go 같은 실험적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미국에서 시작한 잘나가는 온라인 쇼핑몰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아마존에 대한 몇권의 책을 읽다보니 아마존이 이뤄놓은 세상과 앞으로 미칠 영향력에 대한 내 생각이 너무 초라했고, 앞으로 아마존이 만들어낼 변화의 크기에 두려움 마저 생긴다.
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 문구가 그야말로 아마존에 적합한 말이 아닌가 싶다. 제프 베조스가 추구하는 플라이휠이란 개념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 개념이지만, 구현해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결국 그는 이 플라이휠이란 개념을 아마존 사업 영역내에서 구현해 냈고, 이 플라이휠은 놀라운 속도로 아마존의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의 역사 전반에 걸쳐서, 거대 기술 기업은 주로 사이버 공간이라는 무형의 세계를 다루어왔다. 페이스북과 텐센트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수많은 서버 팜을 통하여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전자의 거대한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 구글과 바이두의 검색 엔진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반하여, 아마존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유형의 공간에서도 활동한다. 아마존은 사물 인터넷을 가장 앞장서서 채택하고 있다.
아마존 이외에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자체적인 플라이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런 식의 명칭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이들처럼 규모가 큰 기술 기업의 플라이휠이 작동하는 자세한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미래의 사업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업 방식을 무시하는 기업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기반의 사업을 한다. 예전 인터넷 기반의 사업은 그저 인터넷 상에서만 이뤄지는 세상이였다. 현실 세상에 미치는 정도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 그리고 인터넷 기업들의 이슈는 현실세계와는 별개의 구분된 이슈로만 느껴졌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인터넷에서 상상하던 것을 현실세계와 엮어내면서 인간 삶의 관성에 변화를 가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무서운 점은 인터넷에서 가능한 아이디어를 일상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통해, 상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로 현실세계가 변화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온라인 도서 판매로 부터 시작한 기업이 전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서 소비 유통을 좌우하는 기업이 되었고, 이제는 AI, 음성인식(알렉사), AWP등의 대표기술을 통해 인간의 삶을 기존과의 삶과 다르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IT 혁신을 가속화하는 기업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회의에 참석하여 활력을 불어넣어줍니다. 다른 사람은 회의에서 전체 분위기를 망쳐버립니다. 일과 삶은 하나의 플라이휠이자 하나의 고리이지, 균형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이런 표현은 일과 삶이 강력한 상충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존은 고객의 편의성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플라이 휠의 출발점도 고객의 편의성, 불편함의 제거이다.
나는-과도기적 인간이여서 그런지 몰라도-아마존이 제거하고자 하는 불편함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이 있다. 집에서 알렉사를 통해 편하게 쇼핑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들과 함께 식재료를 구입하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 킨들이 주는 전자책의 편리함 보다는 실물 종이책의 질감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온라인 테크놀로지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이 정서적 유대감을 가져다 주는 불편함을 대체할 것은 멀지 않은 미래일 것이고, 아마존의 기술력이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경쟁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디지털 경제와 실물 경제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텐센트의 설립자 토니 마(Tony Ma)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순수하게 인터넷만을 취급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이 모든 사회적 인프라의 기능을 담당할 정도로 널리 보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순수하게 전통적인 산업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산업은 인터넷에 접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이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우리에게 예고하는 것은 무엇일까?.....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사라지고 주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쇼핑을 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소외감을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는 이미 디지털 오락기기들이 가득하여 우리가 세상 속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무엇하러 극장에 가겠는가? .....왜 도서관에 가겠는가? ....이제 세상은 광장공포증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게 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또한 농부가 경영하는 작은 가게에서 파는 맛있는 염소치즈, 대형 슈퍼마켓에서 파는 잘 익은 망고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것들은 집에서 알렉사에게 정기 쇼핑 목록엣어 배달을 부탁하더라도 찾기가 힘들 것이다. 유일한 해결 수단은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하려는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다. 이것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아마존은, 그들이 의도한 바이건 우연치않게 시도한 것들의 연속적 성공의 탓이건, 이미 현재와 미래 세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지금의 성공을 이뤄낸 방식이 한동안은 유효할 것이고 그들이 미래에 경쟁력을 더 갖춰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아마존 덕분에 순간순간 편리한 삶을 살게 되겠지만, 일자리의 감소로 개인의 일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더욱 각박해진 세상을 맞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존이 가진 영향력이,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는 세상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을 논의할 단초가 될 것인지, 디스토피아같은 세상으로 이끌지는 두고볼 수 밖에는 없지만, 미래는 차치해 두더라도, 아마존이 존재하는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아마존과 그 뒤를 따르는 여려 기술 기업들은 사회와 경제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당신이 아마존, 알파벳 혹은 알리바바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이러한 혼란이 당신에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중심에는 창조적 파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전이 있으려면 옛 것이 새 것에 길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그가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자동차가 마차를 밀어냈고, 휴대폰이 일반 전화를 밀어냈다. .... 앞으로 아마존은 세계 경제에서 엄청난 세력으로 남을 것이고, 기업과 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파괴력을 지닐 것이다. 인공지능 플라이 휠이 산업마다 닥치는 대로 관통하면서 회전할 것이고, 현존하는 기업들은 적응하거나 소멸하게 될것이다. 기술력이 약한 자는 무리에서 도태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일자리 수억 개가 사라질 것이고,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미래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마존, 알파벳, 알리바바를 해체하거나 마비시킨다고 해서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거센 물결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을 비난 하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실현되는 날은 도래하게 될 것이다.
(2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