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08] 식사에 대한 생각

James & GH's Dad 2020. 8. 3. 13:25

식사에 대한 생각 - 비 윌슨



 
아내가 관심을 갖고, 읽고 싶어한 책이라 보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저자가 그간 흥미를 갖고 있었던 '포크를 생각하다'를 저술하였고 관련 주제에 대해 많은 책들을 출간하였다.
나는 전문가란, 특정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개인 고유의 철학을 정립하고, 해당 분야가 현재까지 쌓아온 과정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해당 저자인 비윌슨이 정확히 그런 인물로 보인다.
늦었지만 올해 상반기 최고의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책 제목 그대로 식사-라고 칭하며 먹는 모든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였다. 식사란 과연 사람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역할과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에너지 공급원으로써의 역할과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식의 역할 사이에서 과연 제대로 먹고 있는 것일까?
과거에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활동을 위한 최소한 영양분 획득이라는 목적적 가치가 강했는데, 음식물이 풍족하게 된 현대에서 식사의 의미는 본질적 목적에서 점차 다양한 가치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많은 이들이 동세대 내에서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최소한 내 세대한테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먹고 싶은 음식을 언제든지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진다.  각 가정의 경제력 수준 차이 때문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어릴적에는 먹고 싶은 음식을 원하는 순간에 먹을 수 조차 없었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바나나 조차 희귀했는데, 어느 순간 길거리 리어카나 마트에서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매일같이 배달로도 받아볼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예전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들은 몸에 좋거나 귀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 특별식들은 어느 순간 평범해졌거나, 몸에 안좋은 음식이 되어버렸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변화가 한 세대를 넘기지 않은 체 이뤄졌다.

이제 우리는 돈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전부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유는 우리를 들뜨게 하는 동시에 불안하게 만든다.
 

인류는 굶주리지 않기 위해 생산량과 효율성을 우선시 하여 스스로 한정된 음식을 선택했고 비효율적인 잡식의 길을 포기했다.

현시대 음식의 흐름은 2차대전 직후 기아를 벗어나고자 한 노력의 가시적 효과라 볼 수 있으나, 다양한 음식의 섭취보다는 편리성 선택이라는 흐름은 농경시대 부터 이뤄진 음식에 대한 인류의 일관성이다.

영양분을 축적하기 위해 하는 것일까, 그저 단순히 움직이기 위한 열량을 확보하기 위함일까. 

한번도 생각을 해보진 않았는데, 전세계적으로 먹는 음식의 종류가 유사해 지고 있다는 것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이였다. 해외 어디를 가도 쉽사리 피자, 햄버거와 탄산음료를 먹을수 있다는 사실이, 각국의 전통 음식이 점점 젊은 세대들에게 관심을 잃어가고,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로 표현되는 다국적 식품 산업 회사들의 음식이 전세계적으로 보편화 되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농산물을 다량 생산하는 기업들에 의해 식재료들의 다양성 또한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인류는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음식의 질을 포기하고 양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로인해 기업화된 농업회사들이 영양소의 표준화와 생산의 효율화의 산물이 식재료들을 통해 인류의 영양소를 건강을 해치지 않을 수준으로 음식을 편리하게 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좋건 싫건간에, 현재 인류는 굶주림을 거의 극복했고 오히려 과도할 정도의 영양 과잉 공급 상태에 노출되었다.

가장 비극적인 부조화는 신체 작용에 있다. 음식이 부족한 환경에서 형성된 신체가 현재 우리가 속한 풍요롭고 낯선 세상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문화가 아직도 질 좋은 음식의 가치와 음식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는 오로지 개인의 욕망이나 요구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욕망조차 우리를 둘러싼 세계, 즉 우리가 공급받는 식품의 양과 가격, 광고를 통해 주고받는 음식 이야기에 따라 형성된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욕망을 학습한다
 
어쩌면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변화 자체에 중독된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음식은 내가 원하기만 하면 마법처럼 접시 위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외식비 증가의 원인이 '물건을 더 많이 쌓아두기보다' 경험에 돈을 쓰고자 하는 소비자의 새로운 욕망에 있다고 보았다.   ....오늘날 외식은 매일 누릴 수 있는 사치이자 자기표현의 한 방법이다.
굶주림은 결코 음식 부족의 문제만이 아니다. 굶주림은 사회 자원의 부족 문제, 최저임금밖에 벌지 못해 집에 난방을 하거나 공과금을 낼 돈이 없는 가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음식의 모순 중 하나는 우리가 극단적이고 비인간적일 정도로 선택의 범위가 넓은 세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이 우리를 늘 자유롭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끔 우리는 선택 앞에서 망설이다 무력해지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경제학에 의존된 음식 산업, 그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선택지에서의 합리적인 결정, 엇나가버린 식문화를 바로 잡기 위한 방안 을 짚어내면서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전한다..

우리 식생활은 단기간에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하지만 음식은 늘 그랬듯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이다. 요리는 그 사실을 존중하는 방법이자, 오늘날의 식문화가 가진 과도함과 모순에서 벗어날 방법이다.

더 나은' 식사의 의미를 개인의 건강과 즐거움의 측면에서 정의하든 더욱 지속 가능한 농업의 측면에서 정의하든 간에, 음식을 더욱 잘 선택하려는 노력은 전적으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쉼없이 (식사라 불릴 수 있는) 먹을 것들을 섭취하면서도 이런 행위의 앞뒤 맥락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해 보게되지 않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식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되었다.

내가 왜 먹는지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식사라는 행위는 과연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으로 지금이라도 요리 한가지쯤은 배워야겠다라는 생각!!

읽는 내내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