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07] 오스만 제국 시대의 무슬림-기독교인 관계

James & GH's Dad 2020. 5. 9. 00:42

오스만 제국 시대의 무슬림-기독교인 관계  - 이은정 저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을 읽고 나서 관심이 계속 생겨서 읽게된 책
회사의 주 사업 영역이 중동 지역이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무슬림 관련 관심을 계속 갖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중동에서 현재 무슬림과 기독교간 관계 형성의 원인을 중동 근대사에서 찾고자 한다.
19세기 개혁기 이래 무슬림들은 서양 근대 사회의 맥락에서 나온 종교의 자유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종교, 특히 기독교로부터 선교 받지 않을 자유를 원하곤 했다.
중동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계는 단순희 종교 간의 관계로만 축소될 수 없다. 두 종교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복잡하게 진화해 왔을 뿐 아니라 종교적 정체성을 띤 집단들 사이의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예로 19세기와 20세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독교-이슬람 사이의 관계는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의 세력 판도와 크게 관련되어 있었다. 이슬람권이 전반적으로 기독교권 국가들에 의해 식민화되거나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1453년 메호매트 2세가 비잔티움 제국을 점령한 이후,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비무슬림들, 특히 기독교인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이 시기는 무슬림의 대표적 국가라 할 수 있는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였다. 아라비아 반도 부터 아나톨리아 지역 그리고 발칸반도까지(심지어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일부도) 아우르는 그야말로 제국을 이루었다.  광대한 영토 중에서도 특히 발칸반도는 기독교인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였을텐데, 이들에 대한 통치는 어떤 방식이였고, 통치 받는 기독교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결론적으로 전성기 시절에는 기독교인에 대한 포용을 통해 자신들의 세력 확장 속도에 적합한 통치력을 유지하였고, 쇠락하는 시점에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로 시작해서 적대로 전환되었고-그 시기가 바로 19세기와 20세기 초라 저자는 언급한다-전환된 인식이 어떠한 변화 요인 없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무슬림들이 비무슬림, 기독교인들을 적대하게 된 원인은 당시 식민지 쟁탈전이 심화되던 시기 서구 열강들의 욕심이 표면적 이유라 보여지지만, 당시 세계 패권을 쟁패하던 열강들은 구 로마시대부터 이어져온 기독교 세력이였으니 쇠락해 가는 제국의 주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지닌 무슬림들 입장에서는 서구 국가라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대상 보다는 기독교인, 특히 제국내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불만을 형체화하여 적대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보다 손쉬운 일이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자리잡은 인식이 19세기 이후 어떠한 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고착화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19세기가 과학의 시대임에도 역설적으로 전 세계에 걸쳐 온갖 종교가 성하게 되고 종교가 정체성의 표시로 작용하게 된 것은 상당 부분 프로테스탄트 세력의 약진과 선교사들의 활동에 자극받은 바가 있으며, 비서구 세계에서 유럽 세력의 도래는 흔히 기독교인의 지배로 간주 되었다.
 
오스만 제국이 쇠퇴하여 결국 제국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쇠락의 길에 올라서면 이를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재원이 요구되지만 쇠락이 발발된 원인은 리더십의 약화에 따른 권력의 분할인데 이로 인해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의 제약이 발생하고 그러다 보면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게 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가 조선시대때 일제 침략을 당하게 되는 과정이 연상되었는데, 저자 또한 그 점을 짚어 내었다.
한국의 교양 대중은... 한국 근현대사의 경험으로부터(유럽의 근대성에 감탄하고 그것을 배우고 싶었던 한편 역시 같은 유럽의 제국주의와 경제적 침탈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 오스만 무슬림의 입장에 대해서...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는 오스만 무슬림, 오스만 기독교인, 더 나아가 유럽 열강의 외교관이나 선교사 등 당시의 역사를 살아간 집단들 중 하나에 완전히 자기 동일시를 하여 한쪽을 정당화하거나 다른 쪽의 입장을 죄악시 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여, 이 책을 보고 어렴풋하게나마 왜 발칸반도가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는지 역사적 사유가 내심 이해가 된다.  이 부분은 좀 더 관련 내용을 봐야겠지만....  그리고 무슬림과 기독교의 갈등관계에서 왜 더 무슬림이 기독교에 적대적인 관점을 가진 것 처럼 느껴지는 지도 이해가 되었다. 앞서 기술했듯 19세기 이후 관계의 역전이 발생하지 못했고, 지속적인 패권의 추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탓이리라.  승자는 자기 중심적 사고와 부족한 배려가, 후자는 상실감과 이에 기반한 울분이 계속 누적, 심화된 탓이 아닐까. 
사실 무슬림에 대한 문화적 노출 보다는 미국적 문화, 현재 세상을 주도하는 서구 중심의 문화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무슬림을 '야만' 또는 '후진성'과 관련되어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일정부분 보정이 된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