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라는 시대(읽는 중)
메이지라는 시대 Meiji and his world, 1852~1912 - 도널드 킨
메이지 유신은 정말로 흥미롭다.
서구의 체제 전환은 대항해 시대를 거쳐 생존을 위한 기술중시, 이성적 합리주의가 축적되어 변화를 이끌어 낸 결과라고 이해가 되나, 일본은 중국 문명하에서 어떻게 자발적으로 혁명을 통해 헌정체제 수립이라는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최근 읽은 '일본인 이야기'도 그러하듯, 서구 세력과의 교류 시점 부터 메이지 유신에 이르는 소위 일본의 근대화 과정이 너무도 궁금했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내용을 국내 학자들의 저술로는 객관적 관점을 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건 아마도 내 편견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일본이라는 국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기에.
한국인과 일본인의 시각이 제외된,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의 메이지 시대가 궁금했다. 자국에 유리하도록 특정사건을 폄하하거나, 과장하지 않은.
그러던 차에 발견한 책이 '메이지라는 시대 - 도널드 킨'이다.
2권에 총 6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권의 중반 이후부터는 조선과 관련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조선에 대한 부분은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고 싶었다. 한국의 너무 방어적 관점도 아닌, 그렇다고 일본 자국 이익관점도 아닌 외국인의 시각. 외국인의 시각으로 기술된 내용은 그래도 꽤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았다.
책은 메이지 천황이 태어난 시점부터, 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백하건데, '메이지'라는 단어를 숱하게 접해왔음에도 나는 그 용어가 천황, 개인의 이름을 뜻하는 것인지 이 책을 보기전까지 몰랐다. (저자도 그점을 언급하긴 한다) 메이지라는 용어는 그저 근대화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상징적인 단어로만 생각했었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은 자발적 과정이 아니였다고 본다. 식민시기를 통해 근대화의 결과물이랄 수 있는 제도와 문물이 유입되었고, 유입된 문물에 따라 가치관이 변화되었다고 생각된다. 합리주의와 이성에 기반한 점진적 사회 발전과 체제 전환이 아닌, 체계적 발달이 아닌 짧은시간 외부로 부터 유입된 근대화의 결과물에 따라 사고체계가 변화에 순응한 것이 아닌가.
가치관의 탄생(이언 모리스)에 따르면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가치란 결국 그가 사는 시대와 지역에서 보유되는 가치일뿐', '에너지 획득 방식의 진화가 과거보다 많은 사람에게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풍요와 안전을 실현할 새로운 사회 체제를 부르며, 인간이 결국은 그 사회 체제와 거기 수반되는 가치관을 찾아내 수용하고 말 것' 이라 기술하고 있는데, 결국 한 국가의 민족성이라 불리는 가치관이라는 것은 장기간 역사적인 외부 압력에 반응하면서 서서히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