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James & GH's Dad 2019. 12. 22. 22:14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 피터 자이한


언제부터 우리는 근대화된 세상에서 살게된 것일까. 제국주의는 (최소한 표면적으로라도)어떻게 사라지게 된 것일까.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오스만 트루크 같은 제국 형태의 국가가 남아있었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토록 오래 존재했던 제국과 식민지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야 2차 대전 종전과 함께 일본이 패망하여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해할 수 있다하지만, 세상의 룰은 그렇게 쉽게 변화하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저자는 그 시작이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미국이 늘상 있어왔던 전쟁의 승자와는 다른 선택 때문이라며 책을 시작한다.

 

세계 2차 대전을 통해서 미국은 이미 세계 최강국임을 입증했고, 패전국 및 국력이 소진된 동맹국들에 대해 압도적인 산업력과 군사력(특히 해군)을 바탕으로 식민지를 확대할 수도, 일부 지역들의 점거 및 할양, 일방적 관세등을 통한 자국 중심의 경제를 강요할 수 있었음에도 미국의 시장 개방과 해상 무역을 보호하는 군사력을 제공함으로써 자유무역 체제를 실현했다.

군사력에 근간한 타국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으로 미국의 이익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미국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세계적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였다.  

1945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세상의 틀이 브레튼 우즈 체제에서 기인한 것이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다고, 70여년 넘게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은 현 체제에 대한 비용과 손익을 따지기 시작했으며, 작가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브레튼 우즈 체제하 미국의 가장 큰 목적성이였던 '석유'에 대한 이슈가 해소되기 시작하면서 체제의 변화가 필연적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실상 당시 브레튼 우즈 체제의 출범은 세계 해상 무역을 보호하며 자유무역의 선봉장을 자처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에너지원=석유'확보를 위함이였다. 

허나 최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셰일 가스'발굴이 용이해지면서 미국   도 미국의 석유 소비량을 커버하는 에너지 자급국가가 되었고, 이에 따라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제시한 브레튼 우즈 체제의 실익은 사라지고 명분만 남게 되었다.  조만간 더이상 미국이 비용과 분쟁만 발생시키는 '명분'을 유지시킬 이유가 없어질 

것이며, 이 경우 자유무역이 저해되면서 모든 국가가-특히 한국-은 심각한 임팩트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이 책의 메인 내용이다.

 

저자는 위의 메인 주제를 세계의 패자가 변화해온 이유와, 미국의 패권은 변화되지 않을것이라는 여러가지 주장과 브레튼 우즈 체제의 변화에 따른 여러지역의 변화들을 예상하고 있다.

꽤 흥미로웠던 내용 중의 하나가 세계사적으로 번성했던 국가들의 변화에 대한 설명이였는데,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지정학'과 '기술' 의 변화에 따라 시대의 패권을 장악한 국가가 변화해왔다고 한다.

저자의 용어를 활용하자면, 「운송의 균형」, 「원양 항해」, 「산업화」 가 국가의 부강함을 좌우하는 요소이며, 현재의 미국은 타 국가대비 우월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대 이집트는 문명 발달 지역인 동시에 해당 지역의 가장 강력한 국가였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인간과 가축의 능력 이외의 일을 수행하기에는 자연의 힘이 필요했는데, 자연의 힘을 사용할 기회는 모든 국가에 평등하게 부여되지 않았고, 이집트만이 큰 수혜를 받았다.

이집트는 절묘하게 배치된 강이, 사람/물자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했으며 외세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농경 및 내부 단속을 통한 차별적 생산력을 앞세워 국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지정학'적 특이점은 독이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였다.

외세의 방어막을 해주던 강은 외부와의 교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여 변화의 흐름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야기했다. 세상 변화의 흐름에 따라, 기술의 발달을 습득한 외부세력에게는 더이상 강은 저지선 역할을 해주지 못하게 되었고, 내부에서 안주하던 이집트는 인근 지역의 곡창창고로 전락하게 되었다. "로마에 정복당한 후 이집트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식민지 시대가 붕괴될 때까지 단 하루도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15세기 중반까지 오스만 제국은 유럽내 천혜의 지리적 이점을 가진 국가였다. 유럽과 아시아와의 무역 교충지(지중해 무역, 실크로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번성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이 역시 이베리아 반도인들의 기술적 지리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탄생한 게임체인저로 상황은 반전되었다.  바로 원양항해 기술이였다. 

원양항해 기술은 서유럽 전역에 경쟁적으로 퍼져나가며 발전을 거듭했고, "바다가 사지(死地)에서 일종의 거대한 강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원양항해 기술은 세상을 활짝 열어졎혀 발견의 시대를 개막했고, 이는 다시 문화적, 경제적으로 세계를 응집시켰다"

 

스페인이 발굴한 원양항해 기술에 산업화를 접목한 영국이 한동안 그들만의 제국을 만들어갔으나 산업화의 혜택을 받아 유럽내에서 급부상한 국가는 독일이였다. 독일은 바다에 접근할 방법이 여의치 않았기에,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게 제공된 바다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었다. 자국내 지리적 요인도 좋지 않아서, 지방정부 같이 분권화된 Governance 형태로 국가가 운영되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지방정부별 '산업화라는 기술과 혁신적인 정책'들을 적극 활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게 되었고, 모든 지방정부가 혜택을 보았다. "그 이전의 천 년 동안 독일은 유럽에서 대접받지 못했고, 수세기 동안 시련을 이겨낸 끝에 그럭저럭 정체성과 안전, 존엄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독일은 산업화를 통해 한 세대만에 북유럽 평원의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끝판왕 같은 독일을 능가하는 조합을 갖춘 것이 바로 미국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후의 내용은 지역별 주요 이슈에 대한 향후 예상을 풀어냈는데, 저자의 인사이트가 훌륭한건지, 세계의 여러 현상들에 대해 무심한 것인지 솔깃하게 들릴 정도로 잘 정리하였다.

 

읽은지 꽤 되었고, 당시 임팩트도 큰 책이였는데, 내용이 방대하고 내가 아는 수준이 얕아서 정리에 망설이다가 흥미있는 부분까지만 정리하였다. 저자의 후속작도 읽으려 했으나 대부분 연속된 발간물의 내용은 그닥 차이가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여서 패스.  Global 감각이 부재한 국내정치에만 몰입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적극 권유해보고 싶은 책이다.  세상은 주변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흐름에 쓸려갈 뿐이다.

 

 

느낀점 #1

사실 이 모든 변화는 "셰일가스"가 야기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이고,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는 수준의 기술은 세상의 상식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Reset 할 수 있는 힘이 있는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요즈음이 새로운 원양항해 기술이 출현하고 동시에 상상도 못한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느낀점 #2

저자가 독일의 산업화를 통해 강자로 부상하게 된 이유들을 보면서, 뭐랄까....  정말 특이한 국가인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전 '분열하는 제국'에서도 유럽의 이민자들이 미국내 정착하는 과정에서 유독 독일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 지역은 문화적 관용과 합리적 정서가 지배적이라는 내용을 읽고, 뭔가 독일인들은 다른 점이 있는게 아닌가 했는데,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미국인들이 독일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런것인지, 아님 정말로 특이한것이 있는것인지 독일 역사 관련 내용도 한번 읽어보고픈 흥미가 생겼다.

 

  

 

(20190316 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