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맛
잠깐 짬을 내서 '동사의 맛'을 읽었는데,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라서 살짝 실망했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대치-동사의 맛은 어떤 것일까? 어떤 동사들이 문장의 '맛'을 신선하게 해줄까-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저자가 도입부에서 언급했다시피, 잘 풀어쓴 사전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잘 읽히는 책이 되길 위해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삽입했지만, 잘 풀어쓴 사전의 예문 역할을 벗어나기에는 이야기의 힘이 없었다.
여기까지가 기대에 어긋난 책으르 선택한 내 개인적인 느낌이고, 책 자체로는 학습적 기능이 우수하다. 유사한 두단어의 정의와 쓰임새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명확한 단어를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것이다. 읽다보면 '아~ 이 단어가 이렇게 쓰여야 되는 구나'라는 끄덕임이 절로 나올것 이다.
이런 학습적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다만 못내 아쉬운 점은 국립 국어원의 바른말 고운말 형태의 설명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 보다는 책 제목처럼 동사가 가진 맛, 동사의 뉘앙스, 동사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문장의 느낌 같은 부분에 무게를 두고 책을 풀어나가면서 독자들에게 건조한 학습적 지식을 주기 보다는 풍성한 사례들로 감정을 일으킬 수 있도록 했었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덧 : 신기한것은 책에 쓰여진 것처럼 단어의 정의를 명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실제 글쓰기에서 맞춤법을 틀리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국민학교 국어 교육이 잘 되었다는 반증일까. 아직도 한글을 삐뚤하게 쓰는 아들들을 보면서 언어의 인식 체계는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