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 회사도 휴무일이여서 덕수궁으로 박수근 화가의 전시회를 보러갔다.
박수근(1914~65) 봄을 기다리는 나목,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22.3.10 까지, 사전 예약제
간만의 강북 나들이, 아내와 데이트
한국 프레스 센터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근처 유림면에서 점심 식사 후 입장
평일이여서 인지, 날이 추워서 인지 덕수궁을 거니는 관람객들은 드물었던 대신 미술관 안은 사람이 꽤 많았다.
전시장 내에 박수근 화가의 작품 뿐 아니라, 그가 활동한 사진들, 편지, 습작, 동료들의 소회도 같이 전시되어 있어, 한 예술가의 작품 세계 뿐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 내면의 선함과 진실함'에 대해 그리고자 한 작가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였다.
다만 그 가치관을 어떠한 필터를 통해 풀어내는지, 그 필터는 작가의 어떤 삶을 통해 형성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면 작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쓸쓸함이, 작가가 살아온 개인적이고 시대적인 고난함의 여파이지 않을까 하는 감상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일제시대, 광복, 한국전쟁 그리고 전후 복구 시대를 그야말로 관통하며 살아온 가장의 역할을 한 평범한 개인임과 동시에 미술을 열망한 예술인이였다. 고단한 삶을 살아온 탓인지 이른 나이에 타계하였지만.
살짝 놀라웠던 점은, 박수근 화가가 한국전력 사보의 삽화를 꽤 많이 그렸다는 것-이 역시 전시되어 있다-한국전력과 사보라는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 나로 하여금 작가가 살아온 세상이-물론 내가 태어나기 전에 타계했지만, 타계 전후의 태어난 사람들과 회사 내에서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그렇게 먼 과거가 아니라는 연상을 일으키게 했고, 그가 살아온 시대적 암울함에 대해 뭔지 모를 동정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살던 시절과 지금의 2021년이 매우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가 살아온 현실이 머나먼 과거처럼 보여졌으나 그 시기를 동시대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너무나 가까이, 바로 내 옆에 있었다.
박수근 화가의 삶을 모티브로 쓴 박완서 작가의 나목-본 전시회의 제목이기도 하다-이라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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